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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체인분석] 토요일 새벽에 삼성전자를 산다 — 주식 Perp'의 정체

작성자 코인뉴스 · 2026. 6. 20.

코인뉴스

엔비디아 실적이 미국 장 마감 직후 발표된다. 한국 증시는 이미 닫혀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주는 월요일 오전 9시 개장까지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그런데 누군가는 토요일 새벽에도 삼성전자 가격에 포지션을 잡고 있다. 무대는 한국거래소(KRX)가 아니라 가상자산 거래소다.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는 6월 초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현대차(005380) 주가를 기초자산으로 한 무기한 선물(perpetual futures·이하 Perp)'을 상장했다. 이 상품은 24시간, 주말 구분 없이, 최대 20배 레버리지로 거래된다. 탈중앙화 거래소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에서도 HIP-3 시장을 통해 같은 종목과 코스피200 지수가 24시간 거래되고 있다. 한국 대표주가 사실상 코인판'에 상장된 셈이다. 투자자가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도대체 Perp이 무엇인가. 만기도 없고 실제 주식을 보유하지도 않는데, 어떻게 삼성전자 주가'를 따라간다는 것인가. 마침 이 질문에 가장 정밀하게 답하는 학술 연구가 있다. 워싱턴대(세인트루이스) 송런 허(Songrun He)와 아사프 마넬라(Asaf Manela), 코펜하겐대 연구진이 쓴 「무기한 선물의 펀더멘털(Fundamentals of Perpetual Futures)」이다. 이 논문은 Perp이라는 파생상품이 어떻게 작동하고, 어디서 가격이 어긋나며, 그 틈을 어떻게 차익거래로 메우는지를 이론과 데이터로 규명했다. 한국 주식 Perp에서 지금 벌어지는 일을 이해하는 데 이만한 지도가 없다. 바이낸스 한국 삼성전자 주식 Perp 거래 화면 (자료=바이낸스) Perp, 만기가 없는 선물' 일반적인 선물(futures)에는 만기가 있다. 만기일이 되면 선물 가격은 기초자산의 현물 가격으로 수렴하도록 설계돼 있다. 만기라는 강제 정산일'이 있기에, 선물 가격이 현물에서 벌어지면 만기까지 보유해 그 차이를 이익으로 확정하는 차익거래가 성립한다. Perp은 이 만기를 없앤 상품이다. 논문의 정의를 빌리면, Perp은 매수(롱)와 매도(숏) 양측이 만기 없이 맺는 일종의 스왑 계약이다. 포지션 진입에 별도 비용이 없고, 양측은 언제든 청산할 수 있으며, 손익은 시세에 따라 실시간으로 증거금 계좌에 반영된다. 투자자는 기초자산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도, 롤오버(만기 연장) 없이, 레버리지를 얹은 가격 노출을 얻는다. 만기가 없다는 점은 거래 편의를 크게 높인다. 만기가 다른 여러 계약이 난립하지 않으므로 유동성이 한 계약에 집중되고, 포지션을 굴려 넘길 필요도 없으며, 24시간 거래가 가능하다. Perp이 가상자산 시장에서 하루 1,000억 달러 넘는 거래대금을 일으키며 가장 인기 있는 파생상품으로 자리 잡은 이유다. 그런데 바로 이 만기 없음'이 근본적인 문제를 낳는다. 만기가 없으니 가격이 현물로 수렴하도록 강제하는 정산일도 없다. 논문이 짚는 핵심이 여기에 있다. Perp 가격은 어느 시점에도 현물 가격으로 수렴한다는 보장이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Perp 가격을 현물에 붙들어 두는가. 가격을 붙드는 끈, 펀딩 비율' 그 끈이 바로 펀딩 비율(funding rate)이다. 작동 원리는 이렇다. Perp 가격이 현물보다 높으면(프리미엄) 펀딩 비율은 양(+)이 되고, 롱 포지션 보유자가 숏 보유자에게 일정 비율의 현금을 지급한다. 바이낸스 기준 8시간마다 정산된다. 롱을 들고 있으면 비용이 발생하니, 시장에는 비싼 Perp을 팔고(숏) 현물을 사서 가격 차이를 좁히려는 유인이 생긴다. 반대로 Perp이 현물보다 싸면 펀딩 비율은 음(−)이 되고, 숏이 롱에게 지급한다. 이 메커니즘이 Perp 가격을 끊임없이 현물 쪽으로 끌어당긴다. 논문은 바이낸스가 실제로 쓰는 펀딩 공식의 한 가지 중요한 장치를 정밀하게 다룬다. 바로 클램프(clamp)다. Perp과 현물의 괴리가 작을 때는 펀딩 비율이 8시간당 0.01% 안팎의 작은 고정값에 머문다. 시장이 평온하면 펀딩 부담이 예측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괴리가 일정 폭(±0.05%)을 넘어서면 클램프가 풀리면서 펀딩 비율이 괴리에 비례해 가파르게 커진다. 가격이 크게 벌어질수록 수렴을 유도하는 보상도 커지는 구조다. 논문은 마찰 없는 시장에서 Perp의 무차익 가격이 현물에 일정 비율을 곱한 값(F = λS)으로 결정되며, 그 비율이 이자율과 펀딩 메커니즘의 상호작용으로 정해진다는 것을 증명했다. 직관적으로, 현금을 빌려 현물을 사는 비용(이자율)이 클수록, 그리고 Perp을 매도해 받는 보상(펀딩)이 작을수록, Perp과 현물의 균형 격차는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