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분석] 탈중앙 금융은 정말 탈중앙'인가 — 이더리움 블록 만드는 곳, 상위 3곳이 93%를 가져갔다
작성자 코인뉴스 · 2026. 6. 28.
코인뉴스
CEPR와 토리노대 싱크탱크의 보고서 「블록체인은 화폐·계약·금융을 탈중앙화할 수 있는가」(브뤼노 비아 교수 등, 2026년 2월)는 화폐 편에서 스테이블코인의 재중앙화'를 경고했다. 그러나 더 서늘한 진단은 금융 편, 즉 탈중앙금융(DeFi) 부분에 있다.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중개자를 없애려고 만든 블록체인이, 새로운 종류의 중개자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중개자는 소수에 극도로 쏠려 있다 — 결국 다시 중앙화로 돌아간 셈이다." ■ 사라진 줄 알았던 병폐가 새 이름'으로 돌아왔다 전통 금융시장의 고질병은 크게 두 가지다. 정보가 많은 상대에게 당하는 손실, 그리고 남의 주문을 미리 가로채는 새치기 매매다. 보고서는 DeFi가 이 둘을 없애기는커녕 새 이름으로 되살렸다고 본다. 첫째, 정보 격차에서 오는 손실. 유니스왑이 2018년 선보인 자동 거래 시스템(AMM)은, 사람 대신 알고리즘이 정해진 공식대로 가격을 매겨 거래를 체결한다. 이 시스템에 자기 코인을 넣어두는 사람을 유동성 공급자'라고 부른다. 그런데 사람 중개인이 사라진 자리에서도, 정보가 빠른 트레이더에게 유동성 공급자가 입는 손실은 그대로 남는다. 크립토 업계는 이를 임퍼머넌트 로스(비영구적 손실)'라고 부르지만, 금융이론에서 보면 그저 오래된 정보 격차 손실'이다. 새 용어, 같은 병이다. ▲ 자동 거래 시스템(AMM)의 가격 곡선 — 매수량이 커질수록 단가가 올라간다(가격 밀림). 자료: CEPR·LTI Report 5, Figure 20 둘째, 새치기 매매. 더 노골적이다. 가령 A가 코인 매수 주문을 내면, 그 주문은 체결되기 전에 누구나 들여다볼 수 있는 대기열(멤풀)에 잠시 쌓인다. 이를 지켜보던 봇이 봇 매수 → A 매수(더 비싼 값) → 봇 매도 순서로 거래 순번을 짜면, 봇은 차익을 챙기고 그 차익만큼 A는 손해를 본다. 마치 식빵 사이에 끼우듯 남의 주문을 위아래로 감싼다고 해서 샌드위치 공격'이라 부른다. 보고서는 이렇게 빼낼 수 있는 이익 전체를 MEV(최대 추출 가치)라 부르며, 결정적 단서를 단다. "이 가치'는 새치기하는 쪽에는 이익이지만 피해자에게는 비용일 뿐, 사회 전체로는 어떤 가치도 만들어내지 않는다." 더 나아가 이런 새치기가 심해지면 정직한 투자자들이 거래 자체를 포기해 시장이 마비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누구나 거래 내역을 볼 수 있다는 블록체인의 장점이, 역설적으로 약탈의 통로가 되는 것이다. ■ 블록을 짜는 회사'의 등장 — 그리고 상위 3곳의 93.19% 가장 강력한 데이터는 여기에 있다. 보고서는 탈중앙의 상징이던 이더리움이 어떻게 새로운 쏠림을 낳았는지 추적한다. 2022년 이더리움이 운영 방식을 바꾸면서(채굴 경쟁 방식 → 코인을 맡기고 검증에 참여하는 방식) 결정적 변화가 생겼다. 예전에는 다음 블록을 누가 만들지 미리 알 수 없어 경쟁이 있었지만, 바뀐 방식에서는 그 순서가 미리 정해진다. 그 순간만큼은 정해진 참여자가 사실상 독점권을 갖는 셈이다. 이 틈에서 블록을 짜는 전문 업체(빌더)'라는 새 중개자가 등장했다. 빌더는 거래들을 모아 블록을 만든 뒤, 그 블록을 채택해 달라며 수수료를 써내는 경매에 뛰어든다. 문제는 이 경쟁에 규모가 클수록 유리한 구조가 작동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거래가 1등 빌더에게 몰릴 거라고 예상되면, 모두가 1등 빌더에게 거래를 보내는 게 합리적이 된다. 쏠림이 쏠림을 부르는 것이다. ▲ 이더리움 블록 생산 업체별 점유율. 상위 3곳이 93.19%를 차지한다 (2025년 11월 10일 기준). 자료: Rated / CEPR·LTI Report 5, Figure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