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스테이블코인 ‘이자 독점’의 시대가 끝나고 있다
작성자 코인뉴스 · 2026.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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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은 금융 역사상 가장 단순한 돈벌이 기계였다. 고객이 1달러를 맡기면 발행사는 블록체인 위에서 움직이는 디지털 달러 1개를 내준다. 고객은 빠른 송금과 결제를 얻는다. 발행사는 맡겨진 진짜 달러를 국채나 현금성 자산에 넣어 이자를 챙긴다. 돈은 고객의 것이지만, 돈에서 나오는 수익은 발행사의 것이었다. 테더가 이 구조로 수십억 달러의 이익을 냈다. 서클은 USDC를 앞세워 그 모델을 공개시장에 들고 나왔다. 스테이블코인은 한동안 핀테크 업계의 꿈처럼 보였다. 은행처럼 예금을 받지만 은행처럼 보이지 않고, 카드망보다 빠르게 돈을 움직이며, 금리가 오르면 수익이 저절로 불어나는 사업. 말하자면 남의 돈 위에 세운 이자 기계였다. 그러나 너무 좋은 사업에는 반드시 경쟁자가 몰린다. 처음에는 암호화폐 업계 내부에서 균열이 생겼다. 탈중앙화 스테이블코인은 “왜 한 회사를 믿어야 하느냐”고 물었다. 수익 공유형 스테이블코인은 “왜 이자는 발행사만 가져가야 하느냐”고 물었다. 이제 그 질문을 비자, 마스터카드, 블랙록, 스트라이프, 구글 같은 제도권 거인들이 들고 들어왔다. 오픈USD, 이른바 OUSD의 등장은 그래서 단순한 새 스테이블코인 출시가 아니다. 스테이블코인 산업의 가장 두꺼운 마진을 겨냥한 공개 도전장이다. 무료 발행, 무료 상환, 수익 공유. 이 세 단어는 테더와 서클이 누려온 수익 구조의 심장을 찌른다. 스테이블코인이 공개 블록체인 위에서 움직이고, 그 밑천이 이용자와 기업의 돈이라면, 왜 그 돈에서 생기는 수익을 발행사만 가져가야 하느냐는 질문이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서클 주가는 하루 만에 17% 넘게 빠졌다. 겉으로는 서클의 위기처럼 보였다. 그러나 본질은 다르다. 시장은 서클이라는 회사를 판 것이 아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이자를 독점하는 시대를 판 것이다. OUSD가 서클을 죽인 게 아니다. 이미 균열이 가 있던 사업 모델을 시장이 뒤늦게 가격에 반영했을 뿐이다. 진짜 충격을 받은 쪽은 서클보다 은행이다. 미국 대형 은행들은 지난 10년간 암호화폐를 외부의 위협으로 봤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은 비트코인을 “사기”라고 불렀고, 의회 청문회에서는 자신이 정부라면 암호화폐를 없애버리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은행권의 인식은 분명했다. 암호화폐는 투기판이고, 투기판은 금융 울타리 밖에 묶어두면 된다는 것이었다. 담장은 튼튼했다. 문제는 적이 담장으로 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방벽을 넘은 것은 비트코인 신봉자들이 아니었다. 은행이 낳고 길러낸 카드 네트워크였다. 비자와 마스터카드가 스테이블코인 연합에 이름을 올린 순간, 이 싸움은 암호화폐 업계와 은행권의 대결이 아니게 됐다. 은행의 자식들이 은행의 가장 두꺼운 수익층을 우회하는 새 길을 깔기 시작한 것이다.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혔다. 그것도 아주 비싼 발등이다. 카드 결제 구조를 보면 이 배신의 의미가 더 선명해진다. 미국에서 소비자가 카드로 100달러를 결제하면 가맹점은 대략 2달러 안팎의 수수료를 부담한다. 많은 사람은 이 돈을 비자와 마스터카드가 가져간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가장 큰 몫은 카드 발급 은행에 돌아간다. 카드 네트워크는 얇은 통행료를 받지만, 은행은 두꺼운 인터체인지 수익을 가져간다. 스테이블코인 결제가 본격화되면 이 구조가 흔들린다. 결제가 은행 계좌와 카드 발급망을 거치지 않고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달러로 처리되면, 발급 은행이 끼어들 자리가 줄어든다. 카드 네트워크가 잃을 수 있는 몫보다 은행이 잃을 수 있는 몫이 훨씬 크다. 세상은 이를 “카드 네트워크의 위협”이라고 부르지만, 실제 계산서를 받아들 쪽은 카드 네트워크 뒤에 숨어 있던 은행이다. 그래서 비자와 마스터카드의 선택은 변절이라기보다 생존 계산에 가깝다. 이 판은 자신들이 들어가든 들어가지 않든 어차피 깔릴 가능성이 크다. 밖에 남으면 기존 통행료도 줄어든다. 안으로 들어가면 최소한 새 결제망의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과거에는 돈이 지나가는 길목에서 수수료를 받았다면, 이제는 돈이 머무는 자리에서 생기는 수익에도 손을 뻗겠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