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분석] BIS "스테이블코인은 화폐가 아니다"… 토큰화의 진짜 무대는 2단계 시스템'
작성자 코인뉴스 · 2026.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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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결제은행(BIS)이 2026년 연차경제보고서(Annual Economic Report) 제3장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가장 정교하고 비판적인 진단을 내놨다. 제목부터가 의미심장하다. "화폐에 대한 신뢰를 고정하기: 스테이블코인을 넘어선 혁신(Anchoring trust in money: innovation beyond stablecoins)". 스테이블코인을 넘어선다'는 부제는, 이번 보고서가 디지털 화폐 혁신의 무게중심을 스테이블코인이 아닌 다른 곳에 두고 있음을 암시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BIS의 메시지는 두 갈래다. 첫째, 현행 스테이블코인은 기술적으로 토큰화의 잠재력을 일부 보여주지만 화폐가 갖춰야 할 근본 속성에는 미달하며, 광범위하게 채택될 경우 새로운 거시·금융 리스크를 만든다. 둘째, 진짜 기회는 토큰화의 기술적 진보를 중앙은행 화폐를 정점으로 한 2단계(two-tier) 통화 구조 안으로 끌어들이는 데 있다. 혁신을 거부하는 보고서가 아니라, "낡은 것을 개선하고 새로운 것을 가능하게 하되 화폐에 대한 신뢰의 토대는 지킨다"는 원칙을 제시하는 보고서다. 화폐의 신뢰는 어디서 오는가 BIS는 본론에 앞서 효과적인 통화 체계가 갖춰야 할 속성'을 다시 정의한다. 새로운 디지털 화폐 형태를 평가할 기준선을 먼저 세우려는 것이다. 보고서가 꼽는 화폐의 두 가지 근본 속성은 ▲가격·계약·대차대조표를 동일한 공통 계산단위(unit of account)로 표현하기로 한 사회적 합의와 ▲그 단위로 표시된 모든 청구권이 중앙은행 화폐와 액면가(par)로, 최종성을 갖고 교환되는 화폐의 단일성(singleness of money)이다. 1달러는 누가 발행했든, 위기 상황에서든 언제나 1달러여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 두 속성이 결합될 때 화폐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no questions asked)" 받아들여지는, 정보에 둔감한(information-insensitive) 자산이 된다. 이 속성들은 기술이 아니라 제도적 성취다. 중앙은행의 물가 안정 의지, 견고한 법체계, 감독받는 금융중개기관, 그리고 시스템 차원의 탄력적 유동성 공급(elasticity)이 이를 떠받친다. 분기말이나 납세일처럼 지급 수요가 급변할 때 중앙은행이 일중 신용과 최종대부자 기능으로 결제 잔액을 공급하기에, 상업은행 예금은 중앙은행 부채와 액면가로 교환될 수 있다. 여기에 결제 수단·플랫폼 간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이 화폐의 연결 조직 역할을 하고, 자금세탁·테러자금조달 방지(AML/CFT)를 포함한 금융 무결성(integrity)이 신뢰를 완성한다. BIS가 이 기준선을 길게 설명한 이유는 분명하다. 뒤이어 다룰 스테이블코인을 바로 이 잣대로 측정하기 위해서다. 스테이블코인 진단: ETF에 가깝지 공적 화폐가 아니다 보고서는 스테이블코인을 "공개·비허가형(public permissionless) 블록체인 위에서 민간이 발행하는, 화폐 유사 기능을 제공하는 토큰"으로 규정한다. 그리고 냉정한 수치를 제시한다. 법정화폐 연동 스테이블코인의 99.4%가 미국 달러에 페그돼 있다. 사실상 달러라는 기축통화의 계산단위에 무임승차하는 구조다. 2026년 5월 말 기준 시가총액은 약 3,200억 달러. 2025년 말~2026년 초 가상자산 시장 급락 속에서도 비교적 견조했으나, 수조 달러 규모의 은행 예금에 비하면 여전히 미미하다. 2025년 연간 거래액은 추정 28조 달러에 달하지만, 이는 미국 최대 도매결제망의 3영업주(週) 정산액에도 못 미친다. 동일 주체 간 지갑 이체를 제외한 순거래액은 훨씬 작다. Visa 데이터 기준 조정 거래액은 연 3,900억 달러 수준으로, 전체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용처는 여전히 가상자산 거래(트레이딩)에 집중돼 있고, 신흥·개도국(EMDE)에서 역외 가치저장 수단으로 일부 쓰일 뿐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대부분 거래용… 준비자산은 저위험 자산에 집중 (좌) 스테이블코인 사용처는 온체인 트레이딩에 압도적으로 쏠려 있다. (우) 주요 발행사의 준비자산은 단기 국채·현금성 자산·역레포 등으로 구성된다. USDT(테더), USDC(서클), USD1(빗고·월드리버티), PYUSD(팩소스·페이팔), USDG(팩소스). 2026년 3~4월 기준. (자료: 보스턴컨설팅그룹(BCG), 개별 발행사 공시, BIS) BIS의 핵심 비판은 화폐성(moneyness)에 있다. 스테이블코인 이체는 중앙은행 대차대조표에서 직간접적으로 결제되지 않으며, 발행자·블록체인 간 액면가 교환을 모든 상황에서 보장하지 못한다. 2차 시장 가격은 액면에서 (대체로 소폭이지만) 이탈하고, 상환 마찰이 흔하다. 보고서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현행 스테이블코인은 "지급 수단보다 상장지수펀드(ETF) 지분에 가깝다." 여기에 금융 무결성 문제가 겹친다. 가명성과 비수탁(unhosted) 지갑은 KYC·AML/CFT 준수를 약화시키고, 믹서와 크로스체인 브리지는 자금 흐름을 가린다. 발행사들이 특정 주소 잔액을 동결하는 등 기술적 통제가 작동하기도 하지만, 일상 결제의 대규모·상시 AML 통제를 대체할 수는 없다는 것이 BIS의 판단이다. 마지막으로 파편화(fragmentation)다. 같은 이름의 코인이라도 이더리움 위의 USDT와 솔라나 위의 USDT는 서로 다른 원장에 존재해 자연스럽게 통신하지 않는다. 브리지로 연결하지만 보안·비용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 화폐의 단일성을 떠받치는 동일 가치 수용'이 구조적으로 위협받는 셈이다. 만약 스테이블코인이 커진다면 — 세 가지 준비자산 시나리오 업계 일부는 2030년까지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2조~4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BIS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테이블코인이 금융시스템의 핵심으로 부상한다면 어떤 거시·금융 효과가 나타날지를, 준비자산 구성에 따라 세 가지로 나눠 분석했다. 가계가 예금 100달러로 스테이블코인을 사는 단순 사례를 가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