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원유, 시디케리르 인도 논의 본격화
작성자 코인뉴스 · 2026. 8. 17.
코인뉴스
아시아 정유사들이 사우디 원유 인도 지점을 사우디 홍해 항구 얀부에서 이집트 지중해 항구 시디케리르로 바꾸는 방안을 사우디아람코와 논의하고 있다. 홍해 남단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선박 안전 위험이 커지면서 원유 조달 경로와 가격 조건을 다시 따지는 흐름이다. 해운전문매체 gCaptain은 아시아 원유 바이어들이 후티 공격 이후 바브엘만데브 이용을 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대안으로 시디케리르 인도가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부 정유사는 얀부 대신 시디케리르에서 물량을 받는 방안을 문의했지만 협상은 아직 최종 결정 단계에 이르지 않았다. 거론되는 경로는 두 갈래다. 사우디 원유를 얀부에서 이집트 홍해 항구 아인수흐나로 옮긴 뒤 SUMED 파이프라인을 통해 시디케리르까지 보내거나, 구매자가 얀부에서 원유를 받은 뒤 이집트 물류를 직접 처리하는 방식이다. SUMED는 자사 시설 설명에서 아인수흐나와 시디케리르를 잇는 320km 파이프라인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시디케리르는 이집트 북부 알렉산드리아 인근의 지중해 원유 터미널로, 홍해와 지중해를 잇는 원유 환적 체계의 핵심 거점이다. 시디케리르 터미널의 저장능력은 총 310만㎥, 약 1950만 배럴 규모다. SUMED는 이 터미널이 5개 해상 계류시설을 통해 4만DWT급부터 50만DWT급 유조선까지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인수흐나 터미널도 약 1840만 배럴의 저장능력을 갖췄다. 본지는 앞서 사우디산 원유가 아인수흐나에서 SUMED 파이프라인을 거쳐 시디케리르에서 수출되는 흐름 을 전한 바 있다. 이번 논의는 이 경로가 단순한 대체 수출로를 넘어 아시아 정유사의 인도 조건 협상 대상으로 올라왔다는 점에서 이어지는 사안이다. 비용 문제는 협상의 핵심이다. 비즈니스타임스는 인도 국영 정유사들이 시디케리르 선적 물량에 대해 얀부 기준 공식판매가격보다 배럴당 5~10달러 낮은 가격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디케리르를 거치면 항로가 길어지고 운임 부담도 커지는 구조다. 블룸버그 보도에서는 우회 시 운항 기간이 최대 한 달 늘 수 있다는 설명도 제시됐다. 운항 기간이 늘면 선박 사용료와 연료비, 보험료 부담이 함께 커지고, 정유사 입장에서는 같은 원유라도 실제 도착 비용이 달라진다. 이번 논의는 후티가 사우디 관련 선박을 겨냥하겠다고 나선 뒤 본격화했다. 사우디 교통당국은 7월 23일 사우디 회사 소속 선박 엔셀리아(ENCELIA)가 홍해에서 공격을 받아 선체 앞부분에 화재가 났고, 승무원은 모두 안전하다고 밝혔다. 미국 해사청도 남부 홍해와 바브엘만데브, 아덴만 일대에서 후티 위협이 계속된다고 공지했다. 바브엘만데브는 홍해와 아덴만을 잇는 해협으로, 중동산 원유와 석유제품이 아시아로 이동할 때 거치는 주요 해상 병목 구간이다. 다만 홍해 항로가 완전히 막힌 것은 아니다. 로이터는 중국이 후티 측과 직접 접촉해 자국 탱커의 남부 홍해 통항 안전을 협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같은 보도에서 Kpler, LSEG, 마린트래픽 선박 추적 자료상 후티가 제한 조치를 발표한 뒤에도 사우디 원유를 실은 중국행 유조선 최소 4척이 바브엘만데브를 통과한 것으로 제시됐다. 통항량은 줄었다. AJOT는 Kpler 데이터를 인용해 7월 26일 바브엘만데브를 지난 상품선이 11척으로 수개월 만의 최저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7척은 유조선이었다. 위험은 커졌지만 물류가 멈춘 상황은 아니라는 점이 이번 협상을 복잡하게 만든다. 선박 국적과 거래 구조, 선주 판단에 따라 바브엘만데브 통과와 시디케리르 우회가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독자에게는 원유 가격 자체보다 조달 비용 변화가 먼저 닿을 수 있다. 중동 원유는 아시아 정유사의 주요 원료이고, 항로가 길어지면 운임과 보험료, 인도 시점이 함께 흔들린다. 이번 협상은 즉각적인 공급 중단보다 홍해 위험이 원유 인도 조건과 가격 협상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협상이 타결되면 시디케리르 물량에 별도 가격 체계가 붙을 수 있고, 타결되지 않더라도 아시아 정유사들은 얀부 인도와 우회 인도의 비용 차이를 계속 따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