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돈은 풀리고 AI는 달린다, 비트코인만 조용하다
작성자 코인뉴스 · 2026. 6. 21.
코인뉴스
비트코인은 지금 이상한 자리에 서 있다. 한쪽에서는 비트코인의 존재 이유가 더 강해지고 있다. 각국 정부는 부채를 줄이지 못하고, 중앙은행은 위기 때마다 돈을 풀며, 화폐 가치는 장기적으로 희석되고 있다. 공급량이 2100만 개로 정해진 비트코인의 논리는 이런 시대에 더 설득력을 얻는다. 그런데 다른 한쪽에서는 시장의 돈이 비트코인보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주식으로 몰리고 있다. 통화 불신의 시대라면 비트코인이 가장 먼저 올라야 할 것 같은데, 실제 시장에서는 엔비디아, AI 데이터센터, 고대역폭 메모리(HBM), 전력 인프라가 더 강한 주인공처럼 움직인다. 이 모순이 지금 시장의 핵심이다. 비트코인의 장기 논리는 강해졌지만, 단기 시장에서는 AI 기술주에 밀리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답은 두 개의 거대한 현실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무너지지 않도록 계속 떠받치는 통화 시스템이다. 다른 하나는 어느 강대국도 질 수 없는 기술 전쟁이다. 돈은 계속 풀리고, 기술 전쟁은 멈추지 않는다. 이 두 힘이 자산시장을 밀어 올리는 동시에, 비트코인을 애매한 위치로 밀어 넣고 있다. 첫 번째 현실 — 돈은 계속 풀릴 수밖에 없다 세계 경제가 부양책 위에 떠 있다는 말은 이제 새롭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 부양이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앙은행들은 하나의 교훈을 얻었다. 금융 시스템 붕괴는 그냥 두면 안 된다는 것이다. 위기가 오면 돈을 풀고, 유동성을 공급하고, 자산 가격을 떠받친다. 자산 가격이 오르면 담보 가치가 회복되고, 금융 시스템은 다시 버틸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코로나19 사태 때도 그랬다. 시장은 순식간에 무너졌지만, 정부와 중앙은행이 막대한 돈을 쏟아붓자 빠르게 반등했다. 이후 지역은행 위기, 중동 긴장, 관세 충격 같은 악재도 장기 추세를 완전히 꺾지는 못했다. 이 흐름을 믿는 투자자들은 자산 가격 상승을 단순한 호황으로 보지 않는다. 돈의 가치가 희석된 결과로 본다. 돈의 양이 늘어나면 돈의 가치는 약해지고, 그 반대편에 있는 주식·부동산·금·비트코인 같은 희소 자산의 가격은 장기적으로 오른다는 논리다. 물론 이것은 영원한 법칙이 아니다. 인플레이션이 다시 강해지거나, 국가 부채가 한계를 넘거나, 중앙은행이 정치적 이유로 더 이상 돈을 풀지 못하는 순간 이 가설은 흔들릴 수 있다. 그러나 지난 15년 동안 시장이 대체로 이 논리에 맞게 움직여 왔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한국 투자자에게도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원화 가치 하락, 가계부채, 부동산 의존, 정부의 증시 부양책, 이른바 ‘밸류업’ 정책까지 모두 같은 흐름 안에 있다. 한국 역시 글로벌 통화 시스템이라는 거대한 배에 올라타 있다. 그 배가 튼튼해서 떠 있는 것이 아니다. 계속 물을 퍼내며 가라앉지 않게 버티고 있을 뿐이다. 이 환경에서 비트코인의 논리는 분명하다. 정부가 마음대로 찍을 수 없는 돈. 중앙은행의 결정에 공급량이 흔들리지 않는 자산. 이것이 비트코인이 주장해 온 핵심 가치다. 두 번째 현실 — AI 전쟁은 질 수 없는 전쟁이다 그런데 시장에는 또 하나의 현실이 있다. AI 기술 전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