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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에이전트 확산… ‘좌석당 과금’ 흔들리는 SaaS, AI 네이티브로 무게 이동

작성자 코인뉴스 · 2026. 6. 22.

코인뉴스

한때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는 가장 예측 가능한 투자처로 꼽혔다. 구독형 매출에 확장성까지 갖춰 경기 변동에도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생성형 AI와 AI 에이전트 확산으로 이 공식이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 기존 SaaS의 핵심이던 ‘좌석당 과금’ 모델이 약해지면서, 시장은 이제 ‘AI 네이티브 소프트웨어’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래터럴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창립자 리처드 드 실바는 최근 기고문에서 AI가 SaaS 산업의 수익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고 진단했다. 과거에는 세일즈포스, 워크데이 같은 기업들이 폭넓은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을 제공하고 이용자 수만큼 요금을 받는 방식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제는 사람 대신 AI 에이전트가 업무를 수행하는 ‘헤드리스’ 모델이 등장하면서, 같은 수의 직원이 더 적은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로도 운영 가능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기존에 영업팀 운영을 위해 CRM 라이선스 100개가 필요했던 기업이 앞으로는 50개만 필요할 수 있다. 이 경우 SaaS 기업은 더 이상 직원 수 증가에 맞춰 매출이 늘어나는 구조를 기대하기 어렵다. 드 실바는 이런 변화 속에서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사람의 업무 흐름을 연결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수행한 일의 양이나 성과에 따라 요금을 받는 방식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봤다. 실제 AI 네이티브 소프트웨어는 법률, 지출 관리, 정산 회수 같은 영역에서 새로운 과금 방식을 만들고 있다. 법률 AI 플랫폼은 계약서 작성 건수당 비용을 받을 수 있고, 지출 관리 솔루션은 찾아낸 초과 비용의 일부를 수수료로 가져갈 수 있다. 정산 회수 소프트웨어 역시 실제로 회수한 금액 기준으로 보수를 책정할 수 있다. 기존 SaaS가 사용자 수에 연동됐다면, AI 네이티브 소프트웨어는 ‘업무 수행’과 ‘성과’에 연동되는 셈이다. 드 실바는 특히 범용 ‘수평형’ SaaS가 가장 큰 압박을 받을 것으로 봤다. 양식 작성 도구, 프로젝트 관리 플랫폼, 중소기업 대상 CRM, 일반적인 소셜미디어 예약 도구처럼 AI 에이전트가 비교적 쉽게 대체할 수 있는 제품군은 가치가 빠르게 압축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앞으로 경쟁력을 갖는 분야는 특정 산업에 깊게 뿌리내린 ‘수직형’ 소프트웨어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차세대 소프트웨어 기업의 방어력으로 세 가지 ‘D’를 제시했다. 반복적이고 장기적인 고객 기반에서 나오는 ‘유통력’, 규제가 많거나 복잡한 산업을 이해하는 ‘도메인 전문성’, 그리고 고객이 쉽게 외부로 옮길 수 없는 ‘독점 데이터’다. 법률 계약 저장소, 보험 인수 기준, 은행 대출 성과 데이터처럼 특정 산업의 맥락이 쌓인 정보는 범용 SaaS보다 훨씬 강한 진입장벽을 만든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향후 B2B 소프트웨어의 핵심 모델로 ‘휴먼 인 더 루프(HITL)’도 주목했다. 이는 AI 에이전트가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되, 법률·의료·사이버보안·건설·금융서비스·국방처럼 실수 비용이 큰 영역에서는 인간의 판단을 결합하는 방식이다. 완전 자동화보다 ‘자동화+전문가 검수’ 구조가 현실적이며, 이 과정에서 소프트웨어 기업은 고객의 운영 방식에 더 깊게 들어가게 된다. 이런 관계는 단순한 프로그램 공급을 넘어선다. 공급 업체가 온보딩, 워크플로 설계, 최적화, 품질 관리까지 맡게 되면 고객 접점마다 데이터와 전문성이 축적된다. 드 실바는 이 점이 순수 SaaS가 만들기 어려웠던 ‘제도적 신뢰’와 강한 해자를 형성한다고 평가했다. 서비스가 단순한 도입 비용이 아니라, 시간이 갈수록 가치가 커지는 자산이 된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