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기고] 월스트리트는 이미 이더리움 위에 있었다

작성자 코인뉴스 · 2026. 7. 1.

코인뉴스

무대에 오른 사람들은 정장 차림이었다. Web3 행사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다. 핵심 시간대의 단상에 선 발표자들만은 하나같이 슈트를 입고 있었다. 6월 초 뉴욕 맨해튼 Javits Center에서 3일간 열린 ETHConf 2026 New York을 직접 참관하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풍경이다. ETHConf는 이더리움 생태계의 해커톤·개발자 행사를 오랫동안 운영해 온 ETHGlobal이 처음으로 기관·제도권 금융을 정면에 내건 컨퍼런스다. 행사장은 월스트리트가 자리한 맨해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BlackRock 본사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곳이었다. SEC 현직 인사와 전(前)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의장이 단상에 올랐고, 미국 자본시장의 결제·예탁 중추인 DTCC,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손잡은 기업의 경영진이 차례로 마이크를 잡았다. 후드티 사이에 정장이 섞인 이 풍경 자체가, 개발자의 마당이던 이더리움에 월스트리트가 들어왔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행사 직전 ETHConf 공식 계정은 「Top Companies Attending」으로 참가 기업을 소개했는데, a16z·Mastercard·Coinbase와 함께 DSRV의 이름도 그 명단에 있었다. 한국 기업으로서는 드문 자리였다. 행사 전 ETHConf 공식 X(트위터) 계정이 a16z·Mastercard·Coinbase 등과 함께 DSRV를 ‘Top Companies Attending’으로 소개했다. (출처: ETHConf 공식 X) 지난 몇 년간 업계의 화두는 "전통 금융이 과연 블록체인을 도입할 것인가"였다. 그러나 현장에서 확인한 것은, 그 질문이 이미 지나간 질문이라는 사실이었다. 월스트리트는 도입을 저울질하는 단계를 지나, 이미 그 위에서 자산을 토큰화하고 자본을 조달하며 전통 금융사와 격차를 벌리기 시작했다. 질문은 할 것인가'에서 얼마나 빨리, 누가 먼저인가'로 바뀌어 있었다. 규제: “소송의 시대는 끝났다” 첫날, 가장 사람이 몰린 시간대의 무대에 SEC 인사가 올랐다. 이더리움 행사에서 규제 당국자의 세션이 가장 붐빈다는 것부터가 이 행사의 성격을 말해주는 장면이었다. 세션이 시작되자 모더레이터가 농담처럼 운을 뗐다. 그 역시 SEC를 거쳐 지금은 블록체인 기업의 법률총괄을 맡고 있는 인물이었다. "당신이 SEC에서 DeFi를 제일 잘 아는 두 번째 사람이죠 — 첫 번째는 저고요."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규제하는 쪽과 규제받는 쪽을 오간 두 사람이 이더리움 무대에 나란히 앉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규제기관과 업계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음을 어떤 설명보다 분명하게 보여줬다. 농담이 걷히자 메시지는 선명해졌다. SEC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Crypto Task Force)의 수석 자문은 "소송을 통한 규제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고 말했다. 사후에 소송으로 제재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제는 온체인 자본시장의 규칙을 함께 세우고 받아들이는 시대라는 것이다. 퍼블릭 블록체인을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 도로나 전력망 같은 중립적 인프라(neutral infrastructure)'로 본다는 표현, 규제의 초점이 기술 자체나 초기 빌더들의 절차적 실수(foot faults)가 아니라 실질적인 금융 사기로 좁혀졌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SEC 가상자산 태스크포스(Crypto Task Force) 세션. (우측) Taylor Lindman, SEC Crypto Task Force 수석 자문 (Chief Counsel) 이는 일회성 발언이 아니다. SEC는 2025년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를 출범시키고 프로젝트 크립토(Project Crypto)'를 통해 과거의 소송 중심 규제와 결별을 선언했으며, 2026년에는 CFTC와 공동 가이던스를 내놓아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주요 토큰을 디지털 상품'으로 예시했다. 무엇보다 미국은 2025년 7월 결제용 스테이블코인을 규율하는 GENIUS Act를 발효시키고, 2026년 7월 시행규칙·2027년 1월 전면 시행이라는 일정을 법에 못 박아 두었다. 규제가 의지'가 아니라 캘린더'가 된 것이다. 별도 세션에 오른 전 CFTC 의장 — 크립토 대디(Crypto Dad)'로 불리는 인사 — 는 디지털 달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전 세계 GDP의 1~2%가 단순히 돈을 옮기는 데만 소모된다"는 표현을 한 세션에서 두 번이나 반복했다. 강조하고 싶은 숫자가 분명했다. 규제 당국이 빗장을 풀자, 그 위에서 기관 자본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717경 원의 결제망이 온체인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