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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스테이블코인은 은행을 흔들고, 예금토큰은 은행을 살린다

작성자 코인뉴스 · 2026. 6. 27.

코인뉴스

은행을 위협하는 것은 디지털자산이 아니다. 은행 밖에서 발행되는 돈이다. 요즘 금융권에서는 “디지털자산이 은행 수익을 빼앗는가”라는 질문이 자주 나온다. 그러나 이 질문은 출발부터 조금 빗나가 있다. 디지털자산을 하나의 덩어리로 묶어놓고 은행의 적인지 아군인지를 묻는다면 답은 나오지 않는다. 스테이블코인과 예금토큰은 모두 블록체인 위에서 움직이는 디지털 화폐처럼 보인다. 그러나 은행의 대차대조표와 수익 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정반대다. 스테이블코인은 은행 예금을 밖으로 끌어낼 수 있다. 반면 예금토큰은 은행 예금을 디지털 결제망 위에 올려놓는 방식이다. 하나는 은행의 기반을 흔들 수 있고, 다른 하나는 은행이 스스로 꺼내 든 방어 무기다. 따라서 지금 던져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디지털자산이 은행을 위협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디지털자산이 은행을 위협하느냐다. 스테이블코인의 본질은 ‘예금 이탈’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나 원화 같은 법정화폐에 가치를 연동한 디지털자산이다. 겉으로는 단순한 결제 수단처럼 보인다. 하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훨씬 예민한 문제다. 고객이 은행 예금을 빼서 스테이블코인을 사는 순간, 그 돈은 은행의 대차대조표를 떠난다. 예금이 줄면 은행이 대출에 쓸 수 있는 재원도 줄어든다. 은행업의 가장 오래된 수익 구조, 즉 예금을 받아 대출하고 그 차이에서 이익을 내는 모델이 흔들릴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주체가 은행이 아니라 서클이나 테더 같은 비은행 사업자라면 문제는 더 커진다. 고객의 돈은 은행 시스템 밖으로 이동한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그 준비자산을 국채나 현금성 자산으로 운용하고 수익을 얻는다. 은행이 가져가던 예금 기반과 일부 수익이 비은행 디지털자산 사업자로 옮겨가는 셈이다. 미국 은행권이 스테이블코인을 경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은행협회는 최악의 경우 수조 달러 규모의 예금이 스테이블코인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연방준비제도 역시 예금 이탈이 은행의 대출 여력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이는 극단적 시나리오다. 지금 당장 그런 일이 벌어진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은행업에서 예금 이탈은 언제나 가장 무서운 단어다. 뱅크런은 늘 숫자보다 심리에서 먼저 시작된다. 그래서 미국 은행들은 스테이블코인 규제 논의에서 이자 지급 금지, 준비자산 규제, 발행 주체 제한을 강하게 요구한다. 겉으로는 금융안정과 소비자 보호를 말하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이해관계가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은행 예금을 직접 겨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이 원하는 디지털자산은 따로 있다 그렇다고 은행들이 디지털자산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미국 대형은행들은 이미 블록체인 기반 결제와 정산 인프라에 상당한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다만 그들이 더 적극적으로 베팅하는 곳은 스테이블코인이 아니라 예금토큰이다. 예금토큰은 말 그대로 은행 예금을 토큰화한 것이다. 고객이 보유한 은행 예금을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형태로 표현하고, 이를 결제와 정산에 활용하는 구조다. 겉으로는 스테이블코인과 비슷해 보이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발행 주체가 은행이라는 점이다. 이 차이는 작지 않다. 스테이블코인은 고객 자금을 은행 밖으로 끌어낼 수 있다. 반면 예금토큰은 예금이 은행 안에 남아 있는 상태에서 결제 속도와 효율만 높인다. 은행 입장에서는 예금 기반을 잃지 않는다. 대출 여력도 유지된다. 여기에 기업 결제, 기관 정산, 국경 간 송금, 증권 결제 등에서 새로운 수수료 수익을 만들 수 있다.